뭘까

재채기 2008/08/13 10:57

가끔 인터넷으로 시를 검색하다보면 화가 나는 것은,
행과 연의 배치를 멋대로 바꾼다거나, 있지도 않은 마침표를 찍는다거나, 아예 새로운 구절을 집어넣어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서로 긁어오는 과정에서 잘못 변형된 시만 버젓이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결국 시집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혹은 믿을만한 사이트를 알고 있지 않은 이상- 각기 다른 시들 중에서(비극이다!) 어떤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 되어버렸다.

Posted by 까떼미

재채기 2008/08/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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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춤>, 171 x 86cm




며칠 전 벗의 집에서 발견한 후에《근원수필》을 다시 읽고 있다. 새로이 다시 읽는 글들.
"댁의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 첫 글의 첫 문장이다. 이 한 문장을 읽고 그대로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고 꽤 많은 시간을 그렇게 침묵한 뒤에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최열의 서문 <근원을 담은 그릇-解題로 읽는 김용준의 수필>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생각을 대신한다.  
나를 쏙 빼닮은 글이 있다. 그런 글을 썼을 때 얼마나 기쁜지. 되풀이해 읽어도 막힘없어 시원하고, 거짓없어 맑은 기운 한줄기 가슴을 뚫어 주곤 한다...(중략)..
자연의 이치와 본성을 따라 삶을 꾸려 나간다는 선생의 마음은 『근원수필』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스스로 화도(畵道)를 걸어가는 것이 가장 행복되다고 여기는 선생의 삶은, 그래 늘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자연의 이치와 본성 바로 그것이었던 것이다.
(7-8)


어떤 글을 써야할지, 어떻게 글을 써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어떤 글도 쓰지 못한지 꽤 되었다. 나가는 말, 쓰여지는 글이 모두 내것이 아니었고 부자연스러웠으며 맞지 않았다.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이것은 말하고 글쓰는 '기교'를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작게 마무리했다. 최열의 표현을 따와 쓰자면 그릇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에 담기는 근원이, 글자 그대로 뿌리라는 것을 새로이 깨달은 것이다(사실 머리로는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글은 쉽게 쓰여지지 않을 것이며 자주 쓰여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저런 춤을 출 수 있지 않겠는가, 아니 저런 춤을 그릴 수 있지 않겠는가! 내 말로, 글로.




그림은 구글에서 검색하여 http://kr.blog.yahoo.com/han1592/982571 에서 퍼왔습니다.
Posted by 까떼미

비바람

재채기 2008/08/02 12:11

밤에 온 비바람은
구슬같은 꽃숲풀을
가엽시도 짖저 노았다.

꽃이 피는 대로 핀들
봄이 몇날이나 되랴만은

비바람은 무슨 마음이냐.
아름다운 꽃밭이 아니면
바람불고 비올 데가 없더냐.



ㅡ한용운, "비바람"

Posted by 까떼미